디자인의 반복 작업을 작은 제품으로 바꾼 짐 랩티스
짐 랩티스가 패턴 제작 도구 MagicPattern과 스크린샷 편집기 BrandBird를 만든 과정. 첫 결제와 반복매출의 차이, 무료 도구와 워터마크를 통한 고객 확보, 여러 제품을 운영하는 작업 방식을 살펴본다.
짐 랩티스(Jim Raptis)는 그래픽 패턴 제작 도구 MagicPattern과 스크린샷 편집 도구 BrandBird를 만든 그리스 기반의 개발자다. 2022년 4월 4일 공개된 Indie Bites 인터뷰에서는 두 제품이 각각 약 1,500달러, 합산 약 3,000달러의 월간반복매출(MRR)을 올리는 것으로 소개됐다. 이는 두 제품의 당시 반복매출이며, 현재 매출이나 그의 개인 순이익을 뜻하지 않는다.
투자받는 스타트업에서 직접 소유하는 사업으로
랩티스는 처음부터 혼자 작은 서비스를 만들었던 창업자는 아니다. UI 디자인과 프런트엔드 개발을 함께 다뤘고, AI 기반 디자인 분석 서비스 VisualEyes를 공동창업한 경험이 있었다. 자신의 소개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프런트엔드 기반을 구축하고 제품팀을 관리했으므로, 독립 제품을 시작할 때 이미 설계와 구현 양쪽의 실무 경험을 갖추고 있었다.
독립 사업으로 방향을 바꾸는 계기에는 투자 유치 과정의 어려움이 있었다. 2021년 Product Hunt 인터뷰에 따르면, 이전 스타트업은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하던 중 코로나19와 자금 부족을 겪었고, 공동창업자들은 투자 유치를 멈추고 각자의 사이드 프로젝트에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랩티스는 짧은 기간에 성장 지표를 끌어올려야 하는 압박보다 제품을 직접 만드는 과정에 더 큰 흥미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작은 제품을 현금으로 바꾸는 경험도 독립을 뒷받침했다. 그는 Wireframer, DesignValley, CopyPalette라는 세 도구를 합쳐 5,000달러에 매각했으며, 본인의 회고에 따르면 이 돈으로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여유 기간을 약 6개월까지 늘렸다. 작은 결과물을 팔아 다음 제품을 만들 시간을 확보한 셈이다.
MagicPattern: 첫 결제와 반복매출은 달랐다
MagicPattern의 출발점은 기하학적 패턴을 직접 만드는 번거로움이었다. 랩티스는 Shopify Reunite 행사 영상의 패턴 그래픽을 보다가, 복잡해 보이는 그림도 작은 구성 요소로 나누면 코드로 생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2021년 인터뷰에서는 약 이틀 만에 작동하는 초기 시제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패턴을 배치하고 조합하는 작업 하나를 자동화한 것이다.
그러나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바로 사업성이 확신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출시를 앞두고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오픈소스로 공개할 생각까지 했지만, 일주일 안에 Product Hunt에 내놓고 사람들이 돈을 낼지 확인하기로 했다. 2020년 8월 출시 당일에는 평생이용권 구매자가 약 50명 생겼다. 실제 결제가 개발을 계속할 근거가 됐다.
초기 판매와 안정적인 구독 수입 사이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랩티스는 2021년 4월 공개 글에서 출시 후 약 8개월 만에 MagicPattern의 MRR이 1,000달러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평생이용권을 판매해 처음 돈을 받은 것과, 매달 반복해서 들어오는 매출을 만든 것은 서로 다른 단계였다. 그는 후자를 자신의 제품으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된 중요한 지점으로 평가했다.
MagicPattern은 이후 기하학적 패턴뿐 아니라 반복 무늬와 여러 형태의 그라데이션을 만드는 도구 모음으로 확장됐다. 사용자는 색상과 형태를 조정해 배경 그래픽을 만들고, 도구에 따라 이미지·SVG·CSS 형태로 결과물을 가져갈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같은 결과물을 소셜 미디어 이미지에도 쓰고 웹사이트 구현에도 활용할 수 있다. 디자이너에게는 제작 시간을 줄이는 도구이고, 개발자에게는 직접 그리지 않고 시각적 요소를 확보하는 도구다.
고객층은 전문 디자이너에 한정되지 않았다. 랩티스는 디자인을 직접 수행할 능력이 있는 사람보다, 좋은 그래픽이 필요하지만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디자인 작품 공유 사이트 Dribbble에서는 게시물 조회 수가 5만 회에 달해도 고객 전환이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기 좋은 결과물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과, 그 제작 과정을 줄이기 위해 돈을 내는 사람이 반드시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BrandBird: 자신의 홍보 작업을 제품으로 만들다
BrandBird 역시 자신이 반복하던 작업에서 나왔다. 랩티스는 트위터에 디자인과 SaaS 관련 콘텐츠를 올리면서, 게시물에 붙일 이미지를 만드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전문 디자이너인 자신에게도 번거로운 일이라면 비디자이너에게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2022년 IdeaMensch 인터뷰에 따르면, 처음에는 트위터용 그래픽 제작을 돕는 도구였고 이후 다른 소셜 미디어에서도 사용하는 편집기로 확장했다.
Product Hunt 인터뷰에서는 BrandBird의 초기 버전을 하루 만에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제품은 2021년 5월 9일 Product Hunt 일간 순위 2위에 올랐으며, 같은 달 5,000달러의 Maker Grant 지원금도 받았다. 이 지원금은 고객에게 제품을 팔아 얻은 매출과 구별해야 한다. 빠른 제작과 출시가 외부 반응을 얻는 출발점이 됐지만, 그 자체가 반복매출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BrandBird의 핵심 작업은 이미 존재하는 스크린샷을 홍보에 적합한 이미지로 바꾸는 것이다. 스크린샷을 넣고 배경, 그림자, 기기 프레임, 입체적인 기울기, 설명용 표시 등을 적용하면 게시할 그래픽이 만들어진다. 스크린샷을 보기 좋게 제시하는 데 필요한 조작을 모아 놓았다. 판매하는 가치는 반복되는 편집 과정을 짧게 끝내는 편의에 가깝다.
반복 사용을 위한 기능도 붙었다. 2022년 1월 공개된 팀 기능 안내에서는 구성원들이 템플릿, 워터마크, 브랜드 설정을 공유하고 팀 소유자가 결제를 관리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당시 안내 가격은 사용자당 월 15달러 또는 연 120달러였다. 한 번 이미지를 꾸미고 끝나는 용도에서, 같은 브랜드의 콘텐츠를 계속 만드는 업무로 사용 범위를 넓힌 것이다.
BrandBird의 중요한 판매 기반은 랩티스 자신의 온라인 팔로워층이었다. 그는 2024년 인터뷰에서 BrandBird 매출의 약 60%가 자신의 온라인 독자·팔로워층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개발 진행 상황과 SaaS 디자인 팁을 읽는 사람들은 제품 홍보용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잠재 고객이기도 했다. 콘텐츠의 주제와 제품의 고객이 겹쳤다는 점이 중요했다.
무료 사용자의 결과물에는 BrandBird 워터마크를 넣었다. 사용자가 완성한 이미지를 소셜 미디어에 게시하면, 다른 사람이 그 이미지를 만든 도구를 알아볼 수 있는 구조였다. 랩티스는 2021년 인터뷰에서 이를 입소문을 활용하는 주요 전략으로 설명했다. 사용자의 정상적인 제품 사용이 곧 다음 사용자에게 제품을 보여 주는 기회가 된 것이다.
MagicPattern에서는 무료 도구를 만들어 유료 제품으로 연결하는 방식도 활용했다. 랩티스는 2020년 10월 CSS 배경 패턴 도구를 공개한 뒤, 해당 출시를 통해 고유 방문자 약 2만 명과 MagicPattern 판매 10건을 얻었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했다. 무료 도구는 같은 분야의 잠재 고객을 데려오는 입구였다. 그는 이 실험의 목적을 개발 역량을 마케팅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제품을 만들되, 출시 후의 일을 남겨 두지 않다
이 과정에서 랩티스가 고친 습관은 기능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이었다. 그는 초기에 좋은 제품만 만들면 사용자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불필요한 기능과 기술적 리팩터링에 시간을 많이 썼다고 회고했다. 이후 공개 개발, 검색 유입을 위한 콘텐츠, 이메일 마케팅에 투자하면서 고객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들어온 다음에는 그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제품을 개선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여러 제품 사이를 오가는 작업에는 시간의 경계를 두었다. 2021년 인터뷰에서는 하루를 두 시간 단위로 나누고, 각 시간에는 특정 제품의 작업만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에는 하루에 서너 가지 일을 수행하고 최대 여덟 시간 정도 일할 때 생산성이 가장 좋았다고 밝혔다. 제품을 여러 개 운영한다는 것이 모든 제품의 일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제품 운영에는 본인의 성향도 작용했다. 랩티스는 한 제품에만 집중하면 흥미를 잃기 쉬우며, 제품 사이에서 작업을 바꾸는 것이 관심을 유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의 방식을 모든 창업자에게 적용되는 성장 공식으로 보기보다는, 자신의 성향에 맞게 지속 가능한 작업 구조를 찾은 사례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사업은 이후 이미지를 짧은 영상으로 바꾸는 SuperMotion까지 확장됐다. 2024년 6월 인터뷰는 세 제품 포트폴리오의 실적을 ‘MRR 6,500달러’로 소개했지만, 같은 글에서 SuperMotion은 일회성 구매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합산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이 수치를 BrandBird와 MagicPattern 두 제품의 순수 구독매출로 옮겨 쓰면 안 된다.
랩티스의 사례에서 눈여겨볼 점은 작게 만든 제품과 작게 끝낸 사업이 다르다는 것이다. MagicPattern과 BrandBird는 좁은 작업에서 출발했지만, 결제를 검증하고 고객을 모으고 반복 사용에 필요한 기능을 붙이는 과정은 계속됐다. 그의 성과는 하루나 이틀 만에 제품을 만든 속도보다, 그 뒤에도 사용 이유와 구매 이유를 다듬어 여러 제품을 운영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