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제품을 접고 배너베어에 집중한 존 용푹
12개월 12개 제품 도전에서 톡쇼의 이탈을 겪고, 이미지 자동화 API Bannerbear에 집중해 성장시킨 존 용푹의 과정.
일곱 번째 제품에서 멈춘 실험
존 용푹(Jon Yongfook)은 ‘12개월 동안 스타트업 12개를 만들겠다’는 도전을 일곱 번째 제품에서 멈췄다. 그때 집중하기로 선택한 제품은 배너베어(Bannerbear)의 전신인 이미지 생성 도구가 아닌, 원격 근무팀용 동영상 게시판 톡쇼(Talkshow)였다. 톡쇼까지 문을 닫은 뒤에야 그는 배너베어로 이어지는 문제를 붙잡았다. 그의 창업 과정에서는 제품을 출시하는 능력, 첫 결제를 받는 능력, 고객을 계속 남게 하는 능력이 차례로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이미 소프트웨어 사업과 조직 생활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었다. 2013~2015년에는 비트릭스(Beatrix)라는 SaaS를 운영했고, 출시 후 약 6개월 만에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매출을 만들었다. 이후 아비바(Aviva)에서 디지털 제품과 디자인을 총괄하다가 2018년 7월, 약 2년 반의 근무를 마치고 퇴사했다. 다시 직접 코드를 쓰고 제품을 완성하는 감각을 되찾는 것이 당시의 중요한 목표였다.
2018년 9월에 발표한 도전은 그 목표를 강제하는 장치였다. 그는 제품을 절반쯤 만들다가 중단하는 습관을 지적하며, 매달 말에는 반드시 사용자 앞에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정했다. 아이디어를 고를 때도 먼저 고객 집단과 문제를 정리하고, 고객에게 접근하기 쉬운지, 처음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자신이 가진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을 평가했다. 짧은 제작 기한과 실제 공개를 묶어, 머릿속에서만 가능성을 따지는 시간을 줄이려 했다.
처음 네 달 동안 그는 디지털 파일 판매 플랫폼 Zipsell, 앱스토어 홍보 이미지 제작 도구 Promomatic, 와이어프레임 도구 Montage, 아시아 기술직 채용 사이트 Tech Jobs Asia를 출시했다. 이 가운데 세 번은 Product Hunt에서 그날의 1위에 올랐고, 초기 매출도 발생했다. 그러나 2019년 1월의 회고에서 그는 다른 제작자들이 좋아할 만한 도구를 만드는 문화에 지나치게 끌렸다고 평가했다. 빠른 반응과 칭찬은 얻었지만,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성장할 고객층과 유통 계획은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이었다.
여러 제품을 계속 관리하는 방식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톡쇼에 집중하던 2019년 6월, Promomatic과 Montage를 핀란드의 Respawn Ventures에 매각했다. Promomatic은 출시 첫날부터 매출이 있었고, Montage에도 꾸준한 가입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가능성이 남아 있는 제품까지 다른 운영자에게 넘겨야 하나의 사업에 시간을 집중할 수 있었다.
톡쇼의 이탈에서 얻은 기준
하지만 집중 대상으로 고른 톡쇼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9년 8월에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약 4개월 동안 가입자는 4,750명, 마케팅 이메일 수신 동의자는 680명, 유료로 전환한 팀은 7개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료 팀 7개가 모두 첫 달 이후 이탈했다는 사실이었다. 가입과 첫 결제까지는 일어났지만, 다음 달에도 돈을 낼 이유를 제공하지 못했다.
사용자 피드백은 문제의 구조를 드러냈다. 톡쇼가 유용하려면 팀원 여러 명이 함께 동영상을 올려야 했는데, 한두 명만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작았다. 혼자 카메라를 보고 말하는 행동을 어색해하는 사람도 있었고, 공유 사무실에서 영상을 녹화하는 일도 부담이었다. 원격 근무자의 고립감을 줄인다는 목표에는 공감하면서도, 제안된 사용 방식은 일상에 자리 잡지 못했다. 존은 2019년 9월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그달에 정리한 다음 사업의 선택 기준은 훨씬 구체적이었다. 고객이 이미 알고 있는 문제를 다루고, 제품이 무엇을 하는지 쉬운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첫 고객 열 명을 어디서 찾을지도 예상할 수 있어야 했으며, 도입 후 고객이 계속 신경 써야 하는 일은 적어야 했다. 특히 한 번 연결하면 뒤에서 조용히 작업을 처리하는 서비스를 선호했다. 여러 사람의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야 했던 톡쇼의 부담이 다음 제품의 조건에 반영된 셈이다.
시간과 자금의 여유도 줄어들고 있었다. 그는 후일 회고에서 2년치 저축을 준비했지만, 그중 약 1년치를 쓰고 나서야 사업의 수익성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때 관심이 모인 분야는 이미지 자동 생성이었다. 과거 전자상거래 회사에서 일하며 새 상품마다 홍보 이미지를 수작업으로 만드는 번거로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반복 업무를 소프트웨어로 처리한다는 방향이 선명해졌다.
Previewmojo에서 Bannerbear로
2019년 가을에 만든 Previewmojo는 그 방향의 초기 제품이었다. 정해진 템플릿을 이용해 웹페이지 링크를 공유할 때 표시되는 미리보기 이미지를 생성했다. 출시 며칠 만에 월 9달러 요금제의 첫 유료 고객을 얻었지만, 그 고객은 다시 며칠 만에 구독을 취소했다. 존은 이유를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고, 이 경험을 계기로 가격과 고객층을 재검토했다.
2019년 11월에는 Previewmojo의 최저 요금을 월 9달러에서 49달러로 올렸다. 기존 고객의 가격은 유지하면서, 앞으로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할지 기준을 바꿨다. 자신과 비슷한 개인 개발자가 소액을 지불할 기능을 떠올리던 단계에서, 기업이 매달 50~100달러를 지불할 만큼 중요한 업무를 찾기 시작했다. 고객 지원까지 포함해 지속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려면, 해결하는 문제의 경제적 가치도 커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2020년 초에는 이름을 Bannerbear로 바꾸고 홍보 사이트를 새로 만들었다. 애플리케이션의 핵심 기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새 이름과 디자인은 방문과 관심을 늘렸지만 충분한 판매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가 정리한 2020년 1~2월 구간의 월 반복매출(MRR)은 472달러였다. 미리보기 이미지라는 좁은 용도만으로는 고객이 가진 더 큰 자동화 수요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방향을 바꿀 단서는 사용자 요청에서 나왔다. 고객들은 더 많은 템플릿을 원했고, 배너베어를 소셜미디어 게시 예약 도구 같은 다른 서비스와 연결하고 싶어 했다. 당시에는 존이 직접 템플릿을 추가해야 했으며, 외부 서비스 연결도 하나씩 구현하려면 끝없는 개발 작업이 필요했다. 그는 2020년 3월 사용자가 직접 템플릿을 만드는 편집기와 외부 프로그램이 호출할 수 있는 API를 공개했다.
새로운 사용 방식은 명확했다. 고객이 글자와 사진을 배치한 기본 디자인을 만든 뒤, 상품명·가격·사진처럼 달라지는 데이터를 API로 보내면 배너베어가 이미지 변형을 생성했다. 같은 기능으로 전자상거래 상품 배너, 고객별 이메일 이미지, 서비스 사용자별 공유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존이 모든 사용 사례를 미리 구현하지 않아도 고객이 자신의 업무에 연결할 여지가 생겼다.
전환 과정에서 기존 고객 일부가 이탈하기도 했다. 존은 이전 제품의 기능을 기존 고객에게 계속 제공했지만, 개발의 중심은 API로 옮겼다. 별도로 시도했던 Shopify용 제품도 성과를 얻지 못해 종료했다. 이미 만든 기능과 판매 경로를 모두 유지하는 일에는 선을 그었다.
자동화 고객을 찾고 알리는 과정
새로운 성장 신호는 노코드 사용자에게서 나타났다. 2020년 4월 무렵 Zapier 연동을 공개하자, 개발자가 아닌 사용자도 다른 서비스의 데이터를 받아 이미지를 만드는 자동화 작업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일부 사용자는 직접 활용법을 작성해 배너베어를 소개했고, 이는 존이 예상하지 못했던 홍보 효과였다. 5월 18일에 공개한 기록에는 월 구독자 25명과 별도의 일회성 결제 17건이 남아 있다.
초기 고객 확보에는 여러 시도가 동시에 들어갔다. 그는 배너베어의 주요 개편을 Product Hunt에 세 차례 소개했고, 커뮤니티에서 조언을 나누고, 초기 사용자에게 직접 연락해 피드백을 받았다. 기능 활용법을 설명하는 글과 뉴스레터도 계속 쌓았다. 소개 보상용 크레딧 제도는 효과가 없었고 제휴 프로그램의 효과도 작았다는 기록은, 그가 유통 방식까지 실험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개발과 홍보를 병행하기 위해 작업 주기도 바꿨다. 한 주는 코드를 쓰고, 다음 주는 홍보에 집중하는 식으로 시간을 대략 절반씩 나눴다. 개발 주간에 만든 기능과 해결한 문제는 다음 주의 글과 게시물 소재가 됐고, 두 주의 끝에는 뉴스레터로 진행 상황을 알렸다. 홍보를 남는 시간에 처리할 일로 두지 않고 일정에 고정한 것이다.
그중 특히 중요하게 여긴 작업은 문서였다. 존은 튜토리얼이 늘수록 사용자가 제품을 더 잘 이해해 유료로 전환했고, API 문서의 품질이 좋아질수록 개발자에게 설명해야 할 부담도 줄었다고 기록했다. 이후 문서에는 각 요청의 매개변수와 데이터 예시를 상세히 넣고, 더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는 요청 예제 모음도 마련했다. 고객이 자신의 업무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설명을 제품과 함께 제공했다.
2020년 말에는 제품을 소개하는 언어도 고객의 사용 목적에 맞춰 정리했다. ‘자동화’는 Zapier를 이용해 반복적인 마케팅 작업을 줄이려는 고객을, ‘규모 확대’는 API를 대량 호출하려는 개발자와 성장 담당 조직을 겨냥했다. 홈페이지의 진입 경로와 활용 글도 이 두 방향으로 나눴다. 같은 이미지 생성 기능을 구매하더라도, 고객마다 기대하는 결과와 사용량이 다르다는 점을 마케팅에 반영했다.
성장 이후에도 이어진 방향 수정
매출은 이런 수정이 쌓이면서 증가했다. 2020년 6월에는 월 반복매출 1,000달러에 도달했고, 2021년 초 공개한 성장기에는 1만 455달러가 기록됐다. 같은 해 7월까지의 다음 성장기에서는 월 반복매출 2만 달러에 도달한 과정을 정리했다. 존의 설명에 따르면 처음 1만 달러까지는 약 1년, 그다음 1만 달러를 더하는 데는 약 6개월이 걸렸다.
업무가 늘자 혼자 처리하던 범위도 조정했다. 2021년 5월에는 튜토리얼 작성을 도울 프리랜서 작가를 고용했고, 그해 말에는 전담 콘텐츠 작가를 팀에 추가했다. 월 반복매출 2만 달러로 성장하던 단계에도 코드는 여전히 직접 작성했지만, 개발할 기능은 고객 요청의 영향을 점점 더 많이 받았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목록에 적어 두었다가 실제 고객이 필요성을 언급하면 우선순위를 높이는 방식이었다.
2023년 7월에는 월 반복매출 5만 달러까지 성장한 경험을 공개했다. 이 무렵에는 무료 수료증 생성기와 트위터 게시물을 이미지로 바꾸는 도구처럼, 배너베어의 기능을 직접 체험하는 별도 도구들도 유통에 활용하고 있었다. 존은 이런 도구가 곧바로 유료 전환을 만들지 않더라도 외부 링크와 검색 유입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을 기존 사업으로 고객을 데려오는 데에도 사용했다.
제품이 성장한 뒤에도 방향 수정은 이어졌다. 2026년 9월의 글에서 그는 배너베어 V5를 재구축하면서 AI 코딩 에이전트를 활용했으며, 에이전트가 배너베어 기능을 호출할 수 있는 MCP 연결도 제공했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직접 화면을 조작하는 경로에 더해, 다른 소프트웨어가 작업을 요청하고 결과를 받아 가는 경로를 확장한 것이다. 이미지 작업을 자동화한다는 중심 과제는 유지하면서 고객이 접근하는 방식은 계속 바꿨다.
존은 ‘12개월 12개 제품’ 도전을 다시 한다면 특정 기술이나 산업 안에서 여러 해결책을 만들겠다고 회고했다. 서로 무관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는 방식은 배운 내용을 다음 시도에 충분히 이어 붙이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배너베어의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는 실패를 겪을 때마다 선택 기준이 구체화됐다는 데 있다. 팀 전체의 참여가 필요한 문제를 피하고, 반복되는 업무를 고르고, 구매할 고객에 맞춰 가격과 사용 방식을 바꾸는 판단이 쌓이면서 지속할 수 있는 사업의 형태가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