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배(RISABAE) — 남의 얼굴을 꾸미던 손으로 자기 이름의 사업을 만들다
방송국과 메이크업 숍에서 쌓은 기술을 커버 메이크업과 뷰티 영상으로 옮기고, 팀 운영과 브랜드 협업을 거쳐 화장품 브랜드 투슬래시포를 선보인 과정.
2018년 4월 24일, 이사배(RISABAE)는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에 출연해 월매출이 5,000만 원에 이르는 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금액이 매출이라고 설명하면서, 고정 직원 두 명에 두 명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며 나가는 비용도 많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화면에서 보던 한 명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뒤에는 이미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일터가 있었다.
그날 이사배는 수입 이야기만 하고 돌아가지 않았다. 광고와 노래가 나가는 틈틈이 진행자 지석진의 얼굴에 메이크업을 했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달라진 인상을 보여줬다. 한때 MBC 분장실에서 일하던 사람이 이제는 초대받은 출연자가 되어,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선보이고 있었다.
방송국과 숍에서 쌓은 메이크업 기술
그가 방송국으로 향한 계기는 『무한도전』이었다. 프로그램을 좋아하던 이사배는 스물두 살에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MBC 분장실에 들어갔다. 보도국에서 아나운서들의 메이크업을 맡았고, 이후 예능 분장팀과 특수분장팀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좋아하던 일을 멈추게 한 것은 작업 중 사고였다. 특수분장에 쓰는 약품을 팔에 쏟은 뒤 심한 피부병을 앓았고, 더는 같은 작업을 계속할 수 없었다. 그는 청담동 메이크업 숍으로 옮겨 가수와 배우, 신부와 일반 손님을 만났으며, 그곳에서 실장으로 일했다.
손님의 권유로 시작한 개인방송
새로운 길을 권한 사람은 숍의 손님이었던 디바제시카였다. 개인방송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이사배는 거의 1년 동안 거절했다. 남의 얼굴에 화장해주던 사람이 자기 얼굴에 화장하며 혼자 방송한다는 일이 낯설었다. 재차 권유를 받은 뒤에야 도전을 결심하고 숍을 그만뒀다.
그 결정을 뒷받침한 것도 메이크업 기술이었다. 방송이 잘되지 않으면 다른 숍에서 일하거나 관련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벌이가 부족하면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도 있었다. 두 일을 병행하면 어느 쪽에도 집중하지 못하겠다는 판단에 방송에 전념하기로 했다.
2015년 7월, 이사배는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서 뷰티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첫 방송에 들어온 시청자는 최대 15명이었다. 메이크업에는 익숙했지만 방송 장비와 기능은 서툴러, 음악을 트는 법이나 방송을 시작하는 버튼조차 낯설었다. 나중에 팬들이 첫 방송을 다시 틀어달라고 하면 본인은 이어폰을 빼고 보지도 듣지도 않았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커버 메이크업에 관찰과 준비를 더하다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은 연예인 커버 메이크업이었다. 태연 메이크업을 선보였을 때 약 1,600명이 방송에 들어왔고, 2016년 인터뷰 당시에는 생방송 시청자가 2,000명을 넘었다. 영화 『아가씨』의 김민희가 되었다가 선미로 변하는 얼굴은 화장법을 배우려는 사람뿐 아니라 변신 자체가 궁금한 사람도 끌어들였다.
그 변신에는 표정을 익히는 작업까지 포함됐다. 이사배는 2019년 『섹션TV 연예통신』에서 스타의 영상을 백 번씩 돌려보며 어떤 얼굴 근육을 사용하는지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눈썹과 입술의 모양을 그린 뒤, 그 인물이 짓는 표정까지 더했다. 선미와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처럼 분위기가 전혀 다른 인물을 자기 얼굴에 구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관찰이 있었다.
준비할 것은 화장품만이 아니었다. 이사배는 의상과 가발, 메이크업 용품을 직접 찾아다녔고, 초기에는 번 돈 대부분을 다음 방송을 준비하는 데 다시 썼다. 2016년에는 일주일 중 하루를 제외한 여섯 날을 생방송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일과 다음 방송 시간을 지키는 일이 함께 쌓였다.
시청자의 질문을 생방송과 영상으로
화려한 변신과 함께, 시청자가 따라 할 수 있는 화장법도 채널을 채웠다. 여기서 이사배가 새로 배워야 했던 것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막히는지 알아내는 일이었다. 본인에게는 너무 익숙한 기술이라 일반인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몰랐고, 주변 사람들에게 화장할 때 어려운 점과 해보고 싶은 메이크업을 물었다. 그렇게 모은 질문이 영상의 주제가 됐다.
2017년 인터뷰에서 공개한 제작 과정은 구체적이다. 먼저 주제를 정해 카카오TV에서 한두 시간 생방송을 진행하고, 시청자의 질문에 그 자리에서 답했다. 방송이 끝나면 편집 담당자에게 요청 사항을 정리해 전달했으며, 10~15분으로 완성된 영상을 직접 확인한 뒤 유튜브에 올렸다. 실시간으로 함께 화장하는 방송과 나중에 골라 볼 수 있는 영상이 한 번의 작업에서 나왔다.
2017년 8월에는 유튜브 구독자가 약 95만 명에 도달했다. 이사배는 지드래곤 콘서트에 갔다가 관객이 4만 명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100만 명의 규모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눈앞에 모인 사람들의 25배가 있어야 하는 숫자였다. 이듬해 4월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는 구독자 150만 명의 크리에이터로 소개됐다.
광고와 행사 수입, 그리고 팀 운영
돈이 들어오는 곳도 콘텐츠 활동 곳곳에 있었다. 이사배는 2018년 9월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동영상 플랫폼의 광고 수익, 행사 수입, PPL을 자신의 수입원으로 설명했다. 특히 PPL은 실제로 마음에 드는 제품만 진행한다고 밝혔다. 메이크업을 보여주는 일에서 시작한 활동이 브랜드 협업과 현장 행사로 이어진 것이다.
브랜드가 보내온 제품을 고르는 기준도 분명했다. 같은 해 일간스포츠 인터뷰에서 그는 직접 사용해보고 만족해야 광고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한 번의 메이크업에는 보통 약 20개 제품을 사용했는데, 시청자들은 제품이 얼굴에 어떻게 쓰이고 어떤 표현을 만드는지 함께 볼 수 있었다. 제품의 이름을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쓰는 장면과 완성된 결과까지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사업의 성장은 가족의 생활도 바꿨다. 서울에 올라온 뒤 작은 반지하에서 5년을 살았던 이사배는, 2018년 라디오에서 부모님의 집 마련에 돈을 보탰다고 이야기했다. 인테리어와 TV 같은 집 안의 살림도 챙겼다. 월매출 이야기가 화제가 된 자리에서 그가 함께 꺼낸 것은 부모님의 새집 이야기였다.
촬영과 편집, 일정 관리는 점차 회사의 일이 됐다. 이사배는 2021년 인터뷰에서 ‘이사배아트’를 자신의 콘텐츠와 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외부 일정이 없는 날에는 동료들과 다음 콘텐츠의 자료를 조사하고 진행 상황을 상의했다. 화면에 등장하는 얼굴은 이사배였지만, 그 얼굴로 무엇을 보여줄지는 팀이 함께 준비했다.
그가 영상에서 발견한 매력은 한 번 만든 작업을 오래, 멀리 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숍에서는 손님마다 약속을 잡고 직접 메이크업을 해야 했지만, 영상은 시간이 지나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었다. 이사배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댓글뿐 아니라 블로그 후기도 찾아 읽으며 자신의 설명이 실제로 어떤 도움을 줬는지 살폈다. 손님에게 화장해주던 경험이 화면 너머의 사람들과 계속 대화하는 일로 넓어졌다.
자신의 표현을 화장품 브랜드로 만들다
2023년 2월 4일에는 화장품 브랜드 ‘투슬래시포’를 선보였다. 이사배의 이름에서 숫자 2와 4를 가져온 브랜드로, 아모레퍼시픽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약 1년 동안 준비한 뒤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투자자로 참여했고, 이사배는 대표이자 브랜드 디렉터를 맡았다. 자신이 가진 제품 아이디어에 생산 기술과 전문가의 경험을 더한 도전이었다.
첫 제품은 ‘글레이즈 립 체인저’였다. 이미 가지고 있는 다른 립 제품과 함께 사용해 새로운 표현을 더하도록 기획했다. 이사배는 영상으로 전달하기 어려웠던 미세한 메이크업 표현을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브랜드를 통해 이루고 싶다고 말한 목표는 “화장대를 바꾸는 브랜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