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자료 사업을 키워 매각하고 동적 QR 코드로 옮겨간 라미 쿠파시: Page Flows와 Hovercode
디자이너가 다른 제품의 사용 흐름을 참고할 수 있게 하는 Page Flows를 만들고, 무료 공개와 일회성 결제를 거쳐 사업으로 키운 뒤 매각하고, 병행하던 동적 QR 코드 서비스 Hovercode로 주력 사업을 옮긴 과정.
GIF 공유에서 시작한 디자인 자료 사업
라미 쿠파시(Ramy Khuffash)는 디자이너가 다른 제품을 조사하는 시간을 줄여 주는 Page Flows를 만들었다. 실제 서비스의 사용자 흐름을 영상으로 모아 유료 자료실로 키웠고, 2023년 11월 매각했다. 이후에는 병행하던 동적 QR 코드 서비스 Hovercode에 집중하면서 주력 사업을 옮겼다.
그의 전공은 회계와 정보시스템이었다. 졸업 후 여러 일을 거치고 워드프레스를 다루다가 웹 개발자로 진로를 바꿨으며, 개인 사업을 만들기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계속 제작했다.
디자인 자료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었다. 처음에는 아이폰 앱의 흥미로운 화면 동작을 GIF로 만들어 공유했고, 몇 차례 형식을 바꾼 뒤 2016년 UI Movement라는 뉴스레터에 도달했다. 다른 디자인 사이트에서 애니메이션을 골라 소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구독자 1만 명을 빠르게 넘어섰다.
그는 UI Movement 구독자들과 대화하며 직접 돈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찾았다. 대화에서는 유명 제품의 실제 사용 과정을 참고할 수 있는 자료에 대한 요구가 나왔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Page Flows의 전신인 User Flow Pro를 만들었다.
맞춤 조사에서 무료 자료실로
초기에는 고객이 지정한 경쟁 제품의 사용 과정을 매주 녹화하고 변경 사항을 보고하는 맞춤형 조사 서비스도 시도했다. 첫 고객은 월 약 1,000달러를 냈고, 추가 고객도 확보했다. 그러나 조사 대상 서비스에서 반복 가입을 차단하면서 녹화 준비부터 번거로워졌으며, 매주 같은 과정을 다시 조사하는 일도 그에게 맞지 않았다. 그는 이 서비스를 접고 여러 고객이 같은 영상을 열람하는 자료실로 돌아갔다.
자료실의 첫 유료 출시는 부진했다. 월 14달러를 받았지만 몇 주 동안 유료 고객은 한 명뿐이었고, Product Hunt에서 얻은 관심도 결제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 고객에게 환불한 뒤 영상을 무료로 공개했다.
전환점은 2018년에 찾아왔다. 무료 영상에 방문자가 계속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일회성 29달러 결제안을 시험했다. 정식 결제 기능을 완성하기 전에 시험용 화면으로 구매 시도를 확인했고, 반응이 나오자 실제 결제를 붙였다. 이후 영상을 보강해 Page Flows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시했다.
Page Flows의 제작과 사용 가치
제품은 Django와 HTML·CSS·jQuery로 만들었고, 초기 준비에는 약 한 달이 걸렸다.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은 화면 녹화와 설명 추가였다. 웹과 아이폰 앱을 녹화한 뒤 직접 만든 도구로 주석과 스크린샷을 붙였으며, 약 100개로 출발한 영상은 2020년 인터뷰 무렵 1,000개를 넘었다. 한때 녹화·주석 작업을 외주로 맡겼지만, 문서화한 절차가 부족해 잘 작동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Page Flows의 가치는 사용자가 특정 작업을 끝내기까지의 과정을 한곳에서 비교하는 데 있었다. 가입이나 유료 전환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는 다른 서비스가 어떤 단계를 거치는지 살펴보며 자신이 놓친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쿠파시는 이런 정보의 수집·정리 사업을 ‘리서치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직접 쓴 Dropbox의 요금제 다운그레이드 분석은 자료의 쓰임을 보여 준다. 요금제를 낮추려는 이유와 세부 사유를 묻고, 가격을 문제로 든 사용자에게 연간 결제를 제안하는 과정을 짚었다. 동시에 변경을 계속 진행하는 버튼이 눈에 덜 띄는 문제도 지적해, 제품의 전환 설계와 사용자 불편을 함께 검토했다.
2020년 2월 Starter Story 인터뷰에서 공개한 Page Flows의 월매출은 약 4,500달러였다. 당시 창업자는 한 명이고 직원은 없었으며, 자료실은 그의 주된 수입원이 됐다. 초기 일회성 결제 실험을 거친 사업은 이 시점에 구독료를 받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고객 유입에는 UI Movement와 검색이 중요했다. 특히 Slack·Dropbox·Spotify 같은 제품명과 구체적인 사용자 흐름을 찾는 검색이 쌓였다. 그는 검색 유입 가능성을 조사한 뒤 녹화할 제품을 선정하기 시작했고, 자료 추가가 기존 고객의 이용 가치와 신규 고객 유입을 함께 높이도록 했다.
쿠파시는 작은 콘텐츠 사업이 개발자에게 맞는 이유로 비교적 낮은 운영 부담도 들었다. 고객의 핵심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보다 장애 대응의 압박이 작고, 검색·분류·탐색 경험을 개선하는 데 개발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자료를 축적할수록 이용 가치가 높아진다는 점도 그가 꼽은 장점이었다.
작은 실험 속에서 만난 Hovercode
Page Flows가 자리 잡은 뒤에도 그는 다른 사업을 시험했다. 2021년 6월에는 작은 제품을 다섯∼여섯 개 내놓고 반응이 좋은 한두 개를 골라 키우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개발 기간은 제품마다 최대 열흘, 가능하면 닷새 정도로 제한하고, 출시 후에는 개선과 마케팅에 시간을 쓰기로 했다.
Hovercode는 이 시기에 만든 후보 제품 중 하나였다. 2022년 5월 그는 Product Hunt에 출시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매일 찾아와 QR 코드를 만들고 있으며, 누적 스캔이 약 1,700회 발생했다고 기록했다. 생성한 코드가 실제로 사용된다는 신호를 보고 몇 달을 더 투자해 유료 고객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가 확인하려던 질문은 무료 QR 코드 도구가 많은 시장에서 사람들이 무엇에 돈을 낼 것인가였다. 당시에는 고객이 자기 도메인을 연결하는 기능처럼 업무용 사용자가 비용을 지불할 만한 기능에 집중했다. 자신이 프로젝트를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며, Hovercode는 유료화가 더뎌도 평소보다 오래 밀어 보겠다고 밝혔다.
Hovercode의 핵심은 인쇄한 뒤에도 목적지를 바꿀 수 있는 동적 QR 코드다. 코드에 중간 연결 주소를 넣고 그 주소가 최종 페이지로 이동하게 하므로, 인쇄물을 교체하지 않고 연결 대상을 수정할 수 있다. 스캔 횟수와 이용 기기, 대략적인 지역을 확인하는 분석 기능도 제공한다.
두 사업은 한동안 병행됐다. 2023년 Postmark 인터뷰에서도 그는 Page Flows와 Hovercode를 함께 운영한다고 설명했고, 같은 해 11월 Page Flows를 매각했다. 2024년 5월 Indie Bites에 출연했을 때는 Hovercode를 전업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수입을 내는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 다음 제품의 실제 사용을 확인한 뒤 주력 사업을 바꾼 순서다.
Hovercode에 집중하며 바뀐 판단
2026년 9월 확인한 Hovercode의 월 결제 요금표는 무료 이용과 업무용 확장을 구분한다. 무료 플랜에는 동적 QR 코드 3개와 무제한 스캔, 기본 통계가 포함된다. 월 12달러 Pro는 동적 코드 총 100개와 맞춤 도메인 등을, 월 39달러 Business는 매월 코드 600개 생성과 API·대량 생성·팀 관리 등을 제공한다.
구독의 경계도 명시돼 있다. 무료 기본 제공분을 넘어 유료로 추가한 코드는 구독 취소 후 비활성화되며, 맞춤 도메인을 쓰는 연결도 중단된다. 고객은 계속 사용하는 코드의 관리·연결·분석 기능에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는 그 기능을 지속해서 유지하는 구조다.
Hovercode는 Canva와 Figma 안에서도 QR 코드를 만들 수 있도록 연동 기능을 제공한다. Chrome 확장과 Airtable 연동도 있어, 코드가 필요한 작업 환경에서 곧바로 생성할 수 있다. 이는 별도 웹사이트로 매번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디자인 제작과 데이터 관리 과정에 제품을 붙이는 방식이다.
2026년 9월 공식 사이트가 표시한 추적 가능한 QR 코드의 누적 생성량은 약 272만 개였다. 이 코드들의 누적 스캔 수는 약 1억 1,351만 회로 표시돼, 2022년에 공개했던 약 1,700회와 비교해 실제 이용 규모가 크게 늘어났음을 보여 줬다.
이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작은 실험을 계속하되, 반응이 나타난 제품에는 더 오래 시간을 쓰도록 태도를 바꿨다는 점이다. Page Flows에서는 무료로 남겨 둔 영상의 방문자를 다시 살폈고, Hovercode에서는 코드 생성 뒤 실제 스캔까지 발생하는지 확인했다. 두 사업의 연결점은 사용 행동을 관찰해 유료화할 가치를 좁혀 가고, 검증된 후보에 집중하는 방식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