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제품을 출시하다 이미지 자동화에 집중했다
Bannerbear가 매달 제품을 출시하던 실험에서 출발해, 기업의 이미지와 영상 제작을 자동화하는 독립 사업으로 자란 과정을 따라간다.
2018년 9월, 존 용푹(Jon Yongfook)은 12개월 동안 제품 12개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기업에서 2년 반을 보낸 그는 직접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는 감각을 되찾고 싶었다. 만들다가 절반쯤에서 멈춘 프로젝트가 쌓여 있었고, 매달 말까지 공개한다는 마감일로 그 습관을 끊으려 했다. 제품마다 한 달을 투자하고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디지털 파일 판매 플랫폼 Zipsell, 앱스토어 홍보 이미지 제작 도구 Promomatic, 원격근무자의 시간대를 보여주는 Tropic 등을 연이어 내놓았다. 출시한 제품은 일곱 개까지 늘었고 Promomatic은 첫날부터 매출을 냈지만, 지속할 수 있는 사업은 아직 찾지 못했다. 약 2년을 버틸 저축을 준비했으나, 거의 1년을 쓰고 나서야 돈을 벌 방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러 분야를 돌아다닌 경험 가운데 특히 손에 남은 것은 이미지 생성 기술이었다.
이미지 자동화에는 과거의 업무 경험도 연결돼 있었다. 용푹이 일했던 전자상거래 회사에서는 신상품이 등록될 때마다 홍보용 이미지를 사람이 만들었고, 그는 그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고 싶었다. 2019년 하반기에 집중한 Previewmojo는 웹페이지 링크를 공유할 때 표시되는 미리보기 이미지를 생성했다. 정해진 템플릿으로 특정 크기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은 서비스에서 출발했다.
초기 가격은 월 9달러였다. 출시 며칠 뒤 첫 유료 고객을 얻었지만 그 고객은 곧 구독을 취소했고, 용푹은 가격과 고객층을 다시 검토했다. 2019년 11월 최저 요금을 월 49달러로 올리면서, 기업이 매달 50~100달러를 지불할 만큼 필요한 기능에 개발의 초점을 맞췄다. 기존 고객에게는 이전 요금을 유지했다.
2020년 초에는 이름을 Bannerbear로 바꾸고 제품 소개 사이트를 새로 꾸몄다. 프로그램의 기능은 대체로 그대로였고, 새 이름이 끌어온 관심에 비해 매출 증가는 미미했다. 용푹은 공유용 이미지라는 제한된 용도에서 제품의 쓰임새를 넓히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의 요구는 두 갈래로 모였다.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도록 템플릿을 늘려 달라는 요청과, 소셜미디어 예약 도구 같은 다른 서비스에 연결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당시에는 템플릿을 추가하는 일을 용푹 혼자 처리해야 했고, 외부 서비스마다 연결 기능을 만드는 작업도 끝없이 늘어날 상황이었다. 그는 사용자가 직접 템플릿을 만들고 다른 프로그램에서 호출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
2020년 3월, Bannerbear는 새로운 편집기와 API를 공개했다. 사용자는 화면에서 글자와 사진을 배치해 기본 디자인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통해 변경할 내용을 보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상품 사진과 상품명, 가격이 들어갈 자리를 정해 두면 상품 데이터만 바꿔 수많은 배너를 만들었다. 편집기에는 템플릿을 곧바로 시험할 수 있는 예제 코드와 실행 기능도 함께 들어갔다.
이 구조는 판매 대상을 넓혔다. 전자상거래 대행사는 상품별 배너를 대량으로 만들고, 마케팅팀은 수신자마다 내용이 다른 이메일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었다. 온라인 서비스 운영자는 사용자별로 다른 이미지를 자기 제품 안에서 자동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용푹이 예상하지 못한 용도도 고객이 API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여지가 열렸다.
전환 과정에서 접은 사업도 있었다. 쇼피파이 앱은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해 철수했고, API 중심의 방향 전환으로 초기 고객 일부도 떠났다. 기존 기능의 접근 권한은 유지했지만 이후 개발은 API에 집중했다.
제품의 방향이 잡히자 용푹은 작업 시간을 개발과 마케팅에 절반씩 배분했다. 한 주 동안 기능을 만들고, 다음 주에는 그 기능의 사용법과 개발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글로 공개했다. 두 주의 마지막에는 뉴스레터로 변경 사항을 정리했다. 개발한 내용이 다음 주의 홍보 소재가 되도록 일정을 연결한 것이다.
2020년 6월에는 유료 고객이 약 40명에 이르렀다. 그때까지 주요 기능을 프로덕트헌트에 세 차례 공개했고, 창업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했으며, 초기 사용자에게 직접 연락해 의견을 받았다. 뉴스레터 구독자는 1,500명으로 늘었고 제품 사용법을 설명하는 글도 수십 편 쌓였다. 친구를 소개하면 크레딧을 주는 제도는 효과가 없었고, 제휴 프로그램은 작은 성과를 냈다.
2020년 말에는 고객의 이용 목적에 맞춰 제품 설명을 정리했다. 한쪽 고객은 Zapier로 반복 업무를 자동화했고, 다른 쪽은 API를 직접 연결해 대량의 이미지를 처리했다. 용푹은 이 두 목적을 ‘마케팅 자동화’와 ‘규모 확대’로 표현하고, 소개 문구와 요금제, 사용법 문서에 같은 구분을 적용했다.
문서 작성의 중요성도 고객을 상대하면서 분명해졌다. 용푹은 기능과 화면을 보면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활용법을 이해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충분한 설명과 사례가 필요했다. 그는 문서와 튜토리얼에 시간을 더 투자할수록 유료 전환이 늘어난다고 회고했다. 가입하기 전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작업을 어떻게 처리할지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2021년에는 월 반복매출을 약 6개월 만에 두 배로 늘렸다. 업무량도 함께 증가하면서 혼자 개발과 콘텐츠 제작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그해 5월에는 튜토리얼 작성을 도울 프리랜서 작가를 채용했다. 당시 프로그램 코드는 여전히 용푹이 전부 작성했다.
기능의 우선순위는 점차 고객의 요청을 따라갔다. 용푹 자신의 아이디어도 개발 목록에 넣었지만, 고객이 같은 필요를 언급하면 실제 작업 순서를 앞당겼다. 그는 저가 요금제 고객의 이탈이 빠르고 중간·상위 요금제 고객은 오래 남는 현상을 확인한 뒤, 규모가 큰 고객을 확보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였다. 이미 비용을 지불하며 사용하는 고객의 업무를 개선하는 일이 제품 개발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사업의 진행 상황을 공개하는 활동도 방문자를 모았다. 2021년 1월에 쓴 성장 회고는 해커뉴스 첫 화면에 올라갔고, 이후 공개한 후속 회고 역시 널리 공유됐다. 그는 매출 공개 페이지에 사고 싶은 오토바이를 살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주는 장치도 넣었다. 매출 숫자와 개인적인 목표가 연결되면서 사람들이 그의 사업을 계속 지켜볼 이유가 생겼다.
개발 경험 자체도 검색으로 고객을 만나는 소재가 됐다. Bannerbear를 만들면서 부딪힌 Puppeteer와 FFmpeg의 문제를 글로 풀어내자,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개발자들이 찾아왔다. 제품 사이트에서는 가입하지 않고도 이미지 생성이나 자동 자르기를 시험할 수 있도록 시연 기능을 제공했다. 2021년 말에는 전담 콘텐츠 작가를 합류시켜 사용법 콘텐츠의 생산량을 늘렸다.
무료 도구는 제품의 기능을 밖으로 꺼내 보여주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 PDF 생성 기능으로 무료 증명서 제작 도구를 만들었고, 트위터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용 이미지로 바꾸는 도구도 제공했다. 이 도구들은 꾸준한 방문과 외부 사이트의 링크를 만들어냈다. 용푹은 무료 도구의 성과를 유료 전환에만 한정하지 않고, 검색 유입과 제품이 발견되는 기회를 늘리는 효과까지 포함해 평가했다.
기술적으로는 익숙한 Ruby on Rails를 사용해 빠르게 기능을 만들었다. 다만 제품의 핵심인 템플릿 편집기는 초기의 외부 라이브러리 기반 구조로 원하는 개선을 계속하기 어려워졌다. 용푹은 두세 달 동안 억지로 수정 코드를 붙이다가 자체 구현으로 옮겼고, 전환에도 몇 달을 들였다. 이후에는 편집기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회고했다.
사업 자금은 저축과 고객의 구독료로 마련했다. 초기에는 투자자들과 대화하며 자금 조달을 검토했지만, 몇 달 사이 매출이 생활을 유지할 수준에 도달하면서 자력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그는 고객이 늘어날 때마다 생기는 수입을 팀과 제품, 마케팅에 재투자하는 속도를 선호했다.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다.
2022년 8월에는 500곳 이상의 고객을 상대하는 7명의 전일제 원격근무 팀으로 성장했다. 채용에서는 이미 업무가 너무 많아진 자리를 맡기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고객 지원처럼 해야 할 일이 분명한 역할은 넘겨주기 쉬웠지만,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일을 맡기는 채용에는 방향 설명과 관리 시간이 더 필요했다. 용푹은 자신이 실제로 처리하던 업무를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 쪽에 무게를 뒀다.
2023년에는 가입자 데이터를 잘못 읽어 성장 과제를 엉뚱하게 잡을 뻔했다. 유료 전환율이 1%까지 내려가자 가입 후 안내 절차를 의심했지만, 최근 가입자 200명을 확인한 결과 활동이 전혀 없는 수상한 계정이 대거 발견됐다. 가입 단계에 CAPTCHA를 적용한 뒤 집계된 전환율은 약 7~8%로 올라갔고, 신규 유료 고객 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는 실제 구매 의사가 있는 방문자를 더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4년 11월, 용푹이 공개한 월 반복매출은 약 8만 1,800싱가포르달러 수준이었다. 다음 달에는 기존 고객의 추가 결제가 사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고객을 모으는 활동에 더해, 이미 제품을 쓰는 고객이 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도 매출이 쌓이고 있었다.
제품의 자동화 범위도 계속 넓어졌다. 2026년 9월 공개된 V5 안내에서는 이미지 생성과 애니메이션, 영상 편집 작업을 하나의 작업 흐름으로 연결하는 기능을 설명했다. 고객이 정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데이터와 출력 형식을 바꾸고, AI 에이전트에서도 작업을 실행할 수 있도록 연결했다. 공유용 이미지에서 출발한 Bannerbear는 기업이 여러 매체에 반복해서 내보내는 시각 자료의 제작 과정을 맡는 서비스로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