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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있는 것들

몇 년 전에는 깔끔한 책상을 추구했지만, 지금은 책상 위 물건들이 오늘을 말해준다.

  • Life

몇 년 전에는 책상 위에 아무것도 두지 않으려고 했다. 깔끔한 환경이 집중에 좋다고 들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책상 위에 물건이 꽤 많다. 오히려 그게 나에게 더 맞는 방식이라는 걸 깨달았다.

전환점은 어느 날 책상 위에 노트를 펼쳐두고 일했을 때였다. 화면에 떠 있는 것만 생각하다가, 종이에 글씨를 쓰니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노트는 책상 위에 고정 멤버가 되었다. 그리고 하나둘 다른 물건들도 자리를 잡았다.

손이 가장 많이 가는 물건은 키보드다. 타건감이 좋은 키보드를 쓰면 하루 종일 타이핑하는 일이 덜 지루해진다. 나는 키보드 스위치 소리가 시끄럽지 않은 것을 선호한다. 생각을 적을 때 타자 소리가 리듬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큰 소리는 오히려 집중을 깬다.

키보드 다음으로 눈이 많이 가는 곳은 모니터다. 나는 화면을 두 개 쓴다. 하나에는 코드와 문서를, 다른 하나에는 브라우저와 메신저를 띄워둔다. 예전에는 하나만 썼는데, 두 개로 늘린 후로 창을 옮겨 다니는 시간이 줄었다. 그런데 때로는 두 화면이 오히려 시선을 흩뜨린다.

가끔은 책상 위에 작은 그릇이 있다. 견과류나 과자를 담아두고 일하면서 하나씩 집어 먹는다. 짧은 휴식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일하는 중에도 입이 심심해서 그럴 때가 많다. 그릇이 비어가는 속도로 그날의 긴장도를 측정할 수 있다.

책상 오른쪽에는 작은 조명이 있다. 밤에 전체 조명을 끄고 이것만 켜두면 화면 반사가 줄어든다. 눈의 피로가 확연히 달라진다. 밝기를 너무 높이면 오히려 눈이 부시고, 너무 낮추면 고개가 숙여지기 마련이다. 적당한 밝기를 찾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책상 뒤에는 케이블들이 있다.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충전기, 조명까지 전부 케이블로 연결된다. 정리가 안 되면 바닥에 늘어져 있고, 정리하면 마법처럼 깔끔해진다. 케이블 정리는 한 번 해놓으면 오래간다. 다시 풀리는 건 보통 새로운 기기를 추가할 때다.

책상은 먼지가 잘 쌓인다. 특히 모니터 뒤와 키보드 사이. 가끔 청소하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먼지가 다시 쌓이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먼지가 많아지는 만큼 일에 몰두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면 덜 신경 쓰게 된다.

1인 제작자에게 책상은 사무실이자 회의실이자 실험실이다. 다른 사람의 책상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맞는 책상은 나만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책상에서 오늘도 조금이라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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